Suyeon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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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나수연

현재 거주지 : 뉴욕, 브루클린. 작업실은 뉴욕의 non-profit art organization인 chashama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레지던시.

태어난 곳 : 전주

생년월일 : 1980. 8. 14.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적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친구들이 둘러싸고 구경하다가 한 장 씩 가져가고 그랬거든요. 대단한 것들은 아니고 그냥 드레스 입은 공주님 같은, 뭐 그런 그림들이었죠. 우쭐해 하면서도 한번도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몇 년 후 같은 반이 된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아이가  그 그림들을 코팅해서 자기 책상 앞에 붙여둔 걸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아이는 몇 년 동안 매일 그 그림들을 봐왔었겠죠. 그게 놀랍고 조금은 감동적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그림이란 게 그걸 그린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무언가일 수 있겠구나 하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을 제게 주었던 것 같아요. 고맙죠.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

어떤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형식은 내용을 따라갑니다. 저는 사진도 했다가 회화도 했다가 작업에 변화가 좀 많은 편인데, 보통 매체는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OR 전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년에 뉴욕과 서울에서 각각 개인전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죠. 아 그리고 <City of Fata Morgana>라는, 800개가 넘는 버선을 이어 만든 설치 작업이 있었는데 이건 일단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데다 우여곡절이 많았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결론적으로는 뉴욕에서도 많이 선보일 수 있었고 반응도 좋았기에 나름 아름답게(?) 추억하고 있어요. 하하하

어떤 작가 OR 사물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저는 온갖 것들에서 다 받아요. 꿈을 자주 꾸는데 거기서 가져오기도 합니다. 제가 직업 탓인지 총천연색으로 꿈을 꿀 때가 많아요. 꿈인데 무슨 소설처럼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웃음) 언젠가는 조그만 아기랑 긴 여행을 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여행의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굉장히 큰 푸른 연못이 있고 그 아기랑 똑같이 생긴 수백 명의 아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거예요. 주변에는 복숭아 나무들이 심어져있고, 하늘에는 구름도 떠다니고..아기가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하는데 저는 꿈속에서 무척 슬퍼하면서도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 그러자 그 아이가 연못 속으로 퐁 뛰어들어서헤엄쳐 가는데 점점 다른 아기들하고 구분이 안되면서 사라져가는 거에요. 그 아기들이 <Mirage> 와<Last Station>이라는 그림에 나오는데 진짜 꿈속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 그렸어요. 그 외에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시각적으로 굉장한 쾌감을 느끼는 장면들이 있을 때 그걸 기억하려 애씁니다. 언젠가 완전히 내 것 화 되어서 작품 속에 탁 튀어나오길 기대하면서 말이예요.

작업에 열정을 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삶 그 자체!  인간이란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삶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바라본 사람들에게 당신의 작품이 어떻게 비춰지기를 바라나요

어떻게 비춰지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고, 그냥 저의 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기억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지극히 개인적인 데서 작품이 출발하더라도 이것을 보편적 담론으로 일반화시켜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굉장히 강했죠. 하지만 여기오니까 개인을 좀 더 존중하는 문화의 차이 탓인지, 개인적인 차원까지만 얘기해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해 주더라구요. 일기장 작업 같은거 하지 말라 뭐 이러시는데, 사실 루이스 부르주아 같은 사람들도  다 대놓고 자기 얘기부터 시작하잖아요. ‘어린 시절에 우리 아버지가 바람피고 어쩌고 저쩌고’… 사람 사는 것이 결국은 다 비슷한데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와닿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대 시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에너지는 남아도는데 세상은 답답하고, 실패할까봐 불안해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가 답을 좀 알려줬으면 하던시절. 그래도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 일들은 원없이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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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동양화를 전공하셨고 또 미국 어찌 보면 서구문명의 심볼 같은 공간 안에서 한국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자신만의 작업을 꾸준히 하시는데요. 동양적 아이덴티티를 고수하시면서 작업에 투영하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런 이미지들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지, 딱히 제가 동양적 아이덴티티를 고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계속 변화해왔고, 제 작업이 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항상 저 자신의 삶의변화에 따라서 작품들도 변화해 왔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인 clothes of memories는 어떤 메시지가 담긴 작품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Clothes of Memories는 2009년도 쯤에 했던 작업으로, 인간의 약함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시기입니다. 뉴욕에서 혼자 삶을 시작하기가 결코 만만치는 않았어요. 옷이란 것은 인간에게 자신의 가장 사적인 영역, 즉 신체를 가릴 수 있도록 주어진 최소한의 공간이죠. 이 시리즈에서 옷은 저에게 안전한 영역,공간을 제공해주는 하나의 ‘이동가능한 안전지대’입니다. 옷의 형태 역시 전통 한복 중에서 여성들이 외부로부터 자신을 가리기 위해 썼던 장옷이나 쓰개치마에 변형을 가했습니다. 인간에게 편안함과 심리적 안전을 제공해주는 가족이나 친구의 사진들을 이 옷의 표면에 프린트함으로써 낯선 환경과 대조적인 보호의 의미를 더 강조하고, 제가 어느 곳을 가던지 이 옷과 함께 그들에 대한 기억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려 했습니다.

이 옷을 입고 뉴욕의 여러 지역에서 사진을 다시 찍은 것은, 고국에 남아있는 그 기억들을 뉴욕이라는 새로운 공간 속에 갱신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이 옷의 재료는 찢어지고 손상받기 쉬운 한지이지요. 역설적으로 제가 이러한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옷의 표면과 그 표면 속의 이미지들은 점차 주변환경의  영향에 의해  희미해지고 부셔져갑니다. 다른 곳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바다로 가는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찍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옷을 입고 겨울 바다 속으로 들어간 후 물 속에서 이 옷을 벗었어요. 이 작품에 사용된 마지막 ‘기억의 옷’은 그렇게 파도에 쓸려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마치 저 자신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처럼요.

clothes of memories 작품에서는 왜 다양한 로케이션 속 안에서 퍼포먼스가 이루어 졌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공간 속에 ‘갱신한다’ ‘잇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엔 타임스퀘어, 뉴욕의 지하철 역 등 뉴욕을 상징하거나 장소성이 강한 곳을 선택했습니다만, 시리즈가 진행되어 갈수록 점차 배경이 완전히 내면화 되어 이런 특수한 장소성이 약해지더군요. 시리즈의 마지막 사진인 ‘Snow Day’는 백그라운드가 완전히 제거된 것이나 다름없는 눈밭에서 찍었습니다. 이 때 이 시리즈는 여기가 끝이구나, 나는 내 할 말을 다했구나. 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슬럼프가 있을 때에 어떻게 극복 하시나요

작업이란 것이 운동 선수처럼 기록으로 결과가 나오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지점이 슬럼프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하던 작업이 갑자기 재미가 없고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이 작업은 여기서 내 할 말은 다 했다 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에는 방향을 틀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봐요. 재료를 바꾼다거나,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것들을 건드려본다거나. 그럼 또 새로운 생각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작업들이 나오죠.

최근의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돈도 많이 벌면서 작업도 많이 할 수 있을까. (웃음) 좀 우아하게 표현하자면(?) 현실과 열정의 균형잡기랄까요. 저는 작업 외에도 에이프런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작업할 시간을 아무래도 많이 뺏기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역시 다음 작업에 관한 생각들이죠.

계획중인 프로젝트는

일단 외부적으로는 뉴욕에서 그룹전 몇 개가 잡혀 있구요. 내부적으로는 작년에 설치 작업과 전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느라 그림 그릴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새로운 회화 작업 시리즈를 많이 하고 싶어요. 다른 매체를 다룰 때가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저는 ‘painter’,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그리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워요. 아크릴 물감에 캔버스도 처음으로 써보고 있는데 손에 익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합니다 . 새 회화작품 시리즈는 <Young Girls Never Fail>이라고 제목만 대충 정한 상태인데, 제가 어린시절 가장 잘 하던 것으로 돌아간 느낌이예요. 여리고 예민하면서도 굳센 구석이 있는, 저만의 어린 소녀들을 많이 그릴 계획입니다.

작업 준비물 이외에 작업 할때에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커피. 제 피의 절반은 커피입니다!

살면서 가장 강력한 경험은

일과 사랑에서 오는 경험들.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나요. 하하하.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 예술학도들에게 해주고 싶은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에게는  두 살 터울의 언니가 있는데, 어릴 때부터 저는 뭐 하나 재미있으면 막 빠져서 정신이 없는데 비해 언니는 딱히 그런 것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만화도 저는 직접 쓰고 그리고 만화가한테 막 펜레터도 쓰고 생 난리를 쳐야만 했는데 언니는 좋아는 해도 그냥 보는 것 까지가 끝이었죠 . 지금은 변호사가 되서 객관적으로는 저보다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요(웃음)  저처럼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너무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있는 반면 저희 언니처럼 그런 것이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죠.

언젠가는, 제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묻길래 그림그린다고 하니까 저에게 그건 직업이 아니잖아요라고 한 사람도 있었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그만큼 남들에게는 이해받기 어려운 길이니까,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열정이 있는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시고 예술을 안해도 괜찮으시다면, 안하는 것도 괜찮아요. 그래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신다면… 자, 한번 즐겁게 놀아봅시다. 하하하.

예술가에 있어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작업을 즐기는 마음, 열정, 끈질김.

아티스트로서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삶의 기쁨, 내가 나 자신이도록 하는 것.

자신이 정의하는 예술이란

사람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던져줄 수 있는 아름다움. 어떤 공감이나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저 자신에게 중요하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괜찮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구 상에 있는 인구 중 한명한테는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앞으로의 꿈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과연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 한번 끝장을 보자 이런 마음도 드는데, 사실은 꿈을 꾸면서 가는 길 그 자체에서 이미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다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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